카카오(035720)가 네이버에 밀려 4년 만에 카메라 앱 서비스 시장에서 퇴장한다.
카카오는 지난 2016년 1년 먼저 네이버가 출시한 ‘스노우’의 대항마가 되겠다며 야심차게 ‘카카오톡 치즈’를 출시했지만 경쟁에서 뒤처지며 설 자리를 잃었다. 업계에서는 스노우 등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콘텐츠를 발 빠르게 개발해 고객층을 확대해 온 반면 카카오톡 치즈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편집 기능에만 치중해 확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.
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프로필용 카메라 앱 카카오톡 치즈가 다음달 12일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. 카카오 측은 “다른 카메라 앱들이 기능성을 잘 갖추고 있고 일부 기능이 중복돼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”며 “주된 기능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편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카카오톡 프로필 편집 기능을 지난해 개편하면서 일부 기능을 흡수했다”고 말했다. 일부 촬영 기능은 소셜 앱 ‘카카오 스토리’로 이전했다.
국내 카메라 앱의 대표주자는 지난 2015년 ‘스노우’를 선보인 네이버였다. 카카오는 1년 뒤 카카오톡 치즈를 출시해 스노우에 도전장을 던졌다. 출시 첫 석달 만에 월간 활성이용자 수(MAU)가 500만명에 달해 스노우를 뛰어넘었을 정도로 초반 인기가 대단했다. 팬층이 두터운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꾸미기에 활용하면서 단숨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. 특히 프로필 사진을 꾸미는 ‘프로필콘’이 큰 사랑을 받았다. 하지만 거기까지였다. 프로필 사진을 꾸미는 용도로만 앱을 활용한 게 오히려 한계였다.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카메라 앱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주요 이용객이 30~4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.
현재 카메라 앱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절대 강자다. 네이버는 자회사 스노우 뿐만 아니라 시장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서비스를 확대하며 카메라 앱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. 모바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카메라 앱 월간 활성이용자 수(MAU)는 1,089만명으로 집계됐다. 스노우를 쓰는 사람이 547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소다(211만명), B612(203만명) 등 스노우 계열 앱 사용자가 전체 사용자의 88%에 달했다. 스노우, 소다, B612 등은 모두 네이버 계열의 앱이다. 네이버는 카메라 앱 스노우에서 시작해 스노우에서 인기 있는 필터를 모은 카메라 앱 ‘소다’, 뷰티 전용 카메라 앱 ‘B612’, 음식 사진용 카메라 앱 ‘푸디’ 등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했다. 또 1,000종이 넘는 스티커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 이용자들이 앱을 자주 활용하도록 유인했다. 네이버 관계자는 “메신저와 달리 카메라 앱은 하나만 쓰지 않고 여러 개를 번갈아 쓴다”며 “인기 있는 버전과 재미있는 스티커를 빨리 출시해 시장의 수요에 대응한 게 호응을 얻었다”고 말했다.
네이버의 카메라 관련 앱들이 카카오톡 치즈를 제치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 사진 보정에서 벗어나 영상 꾸미기 등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. 실제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(SNS)에서는 최근 스토리 기능을 이용해 짧은 영상을 올리는 게 일상화돼 영상 수요가 늘어났다. 이에 따라 색감이나 얼굴 보정 기능이 뛰어난 카메라 필터 외에도 카메라에 얼굴만 갖다 대면 마스크를 씌워준다든가, 얼굴 나이를 찾아주는 등 재밌는 기능들이 탑재되는 추세다. 업계 한 관계자는 “최근 젊은 층들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스마트폰 기종이 아닌 어떤 카메라 앱을 쓰는 지에 따라 사진을 찍을 사람을 결정하는 분위기”라며 “사진에서부터 영상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느냐가 카메라 앱의 경쟁력”이라고 말했다.
/정혜진기자 madein@sedaily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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